오늘은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관련됐었던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http://goo.gl/U9Xrf
가락시장에서 농산물경매 중 비리가 발생하자 해당 공사는 경매과정을 녹화하여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이러한 비리는 이전부터 계속 반복 되어왔다고 합니다.
비리를 막기 위한 프로젝트에 비리가?
이에 각 경매를 진행하는 청과 회사들은 2011년 7월까지 경매과정을 녹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각자가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하지만, 담당자들은 공사에서 제시한 개발 목표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 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속한 S청과회사에서는 자체적으로 보안책을 연구하고 이를 추진하려고 했으나, 공사의 담당자는 특정 업체를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계속 연출됩니다.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 - A업체의 대표가 대신 공문을 작성했다!
어느 날, 청과에서 공문이 하나 발송되었습니다. S청과가 추진하려는 개발목표를 보고 받고 공사 측에서 내보낸 문건에는 S청과가 진행하려는 방식은 왜 안되는 지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공문의 내용을 A 업체 대표가 쓴 것을 그대로 발송한 것이라고 공사 담당자 자신의 입으로 시인했다고 하더군요. 순간 정신이 혼미해지고 말았습니다. 공문은 A 업체 방식을 두둔하는 형식이었고, 억지스러운 주장들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 - 공청회! 그러나 사실은 압박?
S청과가 강하게 반발하자, 공사측에서는 교수님 한 분을 초청하여 공청회를 열게 됩니다. 하지만, 공사의 담당자는 결론을 짓지 않고, 애매하게 마무리 합니다. "어떻게 해라라고 하지는 않겠다. 대신 결과가 자신의 마음에 안들면 책임 못진다."라고 하고는 마무리하였습니다. 제가 받은 느낌은 압박 넘어 협박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도중, S청과 팀장은 X청과 팀장에게 "너희는 어떻게 할꺼야?"라고 물으니, "저렇게 까지 하는데 그냥 하라는 대로 해야지!"라고 하였습니다.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 - 다 필요없고 A 업체처럼 하세요.
개발 과정 중에 가끔씩 공문이나 담당자의 구두로 지시가 내려옵니다. 심지어 A 업체 프로그램 화면을 캡쳐해서 그대로 만들라고 공문을 내려 보냅니다. 그러면서도 "이거 특정 업체 밀어주기 아닙니다."라고 공사의 담당자가 어느 회의에서 발언을 합니다. S청과는 공사에서 기준으로 제시한 A 업체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담당자는 "다 필요없고 A 업체처럼 해!."라는 식입니다.
비리가 아니라면 공사의 심각한 무능이다.
우선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스팩이 없었습니다. 정확한 가이드 라인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고, 담당자의 마음대로 일 뿐이었습니다. 그나마, 기준은 A 업체의 산출물입니다. 이나마도 개발 도중에 스팩이 변하게 됩니다. 더욱 큰 문제는 실질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청과 회사의 전산 담당자들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비리를 막을 수 있는 방법들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S청과에서 생각해 낸 것 중 하나는 바로 "실시간 공개"입니다. 녹화도 추후 얼마든지 수정하거나 분실 등의 사고로 감춰질 수 있기 때문에, "실시간 공개" 방식이라면 어떤 비리도 끼어들 틈이 없다는 발상이었습니다. 즉, "녹화 과정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면, 나중에 이를 덮어버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는 발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카메라나 비싼 녹화 장비도 필요 없기 때문에 S청과는 이러한 개발 방식을 공사에 제안했던 것 입니다.
하지만, "신문에 카메라 두 대로 녹화하기로 발표했으니까 그렇게 해!", "카메라가 보여야 제대로 대처한다는 것을 보일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해!"로 마무리 됩니다.
애초에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도 못했던 공사는 끝까지 추상적인 개발 목표를 고집합니다. 카메라의 해상도는 어느 수준인지, 프레임 수 제한, 기타 방식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이 "검수 조건은 내 맘대로"를 고수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요구사항이 중간에 변하거나 추가되는 경우는 많지만, 완료 시점에서 까지 정확한 가이드 라인은 없고 "결과물을 보니 안되겠다, 다시 해!"를 기준으로 고집합니다.
결론적으로 공사는 스스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관리 감독할 능력 자체가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냥 "우리가 카메라를 번쩍이며 녹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서 사람들이 잘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자!"가 목표였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건의 전개
- 경매 과정을 녹화하라
이미 앞 부분에서 밝혔듯이 이번 프로젝트는 경매 과정을 녹화해서 비리를 막아보자고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실무 담당자들은 이것 역시 많은 허점이 있고 단순히 전시 행정으로 끝날 수 있음을 깨닫고,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연구하다가 "실시간 중계"라는 아이디어를 공사에 제안합니다. 하지만, A 업체 대표가 써준 A 업체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글을 공문으로 발송하면서 비논리적인 반대를 합니다. 이에 S청과가 반발하자 허울 뿐인 공청회를 열어서 오히려 압박하는 분위기를 연출 합니다. 그런 압박 중에도, S청과는 PC원격제어와 유사한 방식으로 화면을 녹화하여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방식을 추진합니다. 이 방식은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것은 물론 녹화도 가능합니다. 공사나 기타 중립 기관에서 2중으로 녹화를 하여 보관 할 수도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 녹화 화면에 글자가 안보여
A 업체의 카메라로 컴퓨터 화면을 녹화하는 방식으로는 녹화된 화면의 글씨가 안보이는 문제점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러자, 화면 위에 자막으로 컴퓨터 화면에 있는 주요 정보를 표시하라고 A 업체의 사진을 첨부로 하여 공문이 발송됩니다. 결국 S청과의 제품은 컴퓨터 화면에 있는 모든 정보가 그대로 깨끗하게 보이는데도, 자막을 또 씌우는 우수운 일이 벌어집니다.
- 프로젝트 완료에 가까워졌는데, 이럴 수가!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 완료에 가까워졌는데, 심각한 요구사항이 추가 됩니다. 컴퓨터 화면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더라도 A 업체와 같이 카메라 두 대로 추가 녹화하라는 것 입니다. 개발을 총괄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해당 솔루션을 개발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예상되는 문제점을 S청과에 보고하면서, 지금이라도 공사의 요청을 들으라고 권유했지만, S청과는 해당 문제점은 공사에서 제시한 가이드인에 언급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하여, 추가 개발에 들어가게 됩니다.
- 비용없이 추가 개발 그러나
공사의 담당자도 괘씸하고, 어떻게든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는 분들이 오히려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안타깝기도 해서, 추가 비용없이 개발을 연장하게 되었습니다. (추가 비용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연장 개발에 참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진행 과정에서 S청과의 과실도 다소 있었습니다. 내부 보고가 잘 못 되어,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완료 보고가 들어갔고, 부족한 상태에서 PT까지 진행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 입니다. 공사에게 발표하는 바로 전까지 잠도 못자고 개발에 매달렸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S청과는 더욱 공사에 끌려 다니게 됩니다. 그리고, 아직도 검수를 받기 위해 새로운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징계를 받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이미 받았을 지도 모릅니다)
마무리
제가 이 글을 쓰면서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 프로젝트 진행 과정 중에 나타난 의혹을 풀어주세요. 특정 업체 대표의 글을 그대로 공문으로 발송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 경악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추후 해당 공사가 프로젝트를 진행 할 경우에는 전문가를 통해서 정확한 분석과 가이드라인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해 주세요.
- "무엇인가 더 좋은 길이 없을 까?"를 고민하고 소신으로 추진했던 담당자들에게 상을 주지 못할 망정 징계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쁘기도 했었지만, 부끄럽게도,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저만 귀찮아 질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미룬 것도 사실입니다. 늦게라도 잘못된 것을 지나치지 않고 바로잡기 위해서 글을 정리해 봅니다. 이제 이 글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분에게 전달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